
8월의 맑은 아침, 오전 11시. 신논현역 3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상무초밥 강남점은 여전히 고객을 맞을 준비로 직원들이 분주하게 활기를 띠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25년간 농협에서 근무한 뒤, 은퇴 후 외식업에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딘 유정근 사장이 있었다.
퇴직 후 그는 전국 53개 매장, 연매출 1,700억 원 규모를 자랑하는 상무초밥과 인연을 맺었다. 본사 직영 테스트 매장이었던 강남점은 지난해 11월부터 그의 손에 맡겨졌다. 지난 6월에는 서울대입구역점을 신규 개점했으며, 약 10개월 내 투자비 회수를 기대하고 있다.
메뉴 철학과 재료 원칙
> Q. 메뉴 개발이나 재료 선택에서 특별히 고집하는 부분이 있나요?
> A. “요즘은 고급보다는 가성비를 찾는 고객이 많습니다. 마진은 줄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선도죠. 우리는 수족관 활어를 직접 관리하고, 연어도 그날 손질해 품질을 높입니다. 재료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습니다.”
현재 강남점은 22명의 직원과 함께 월 2억 5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신선함과 가성비’라는 두 축을 증명하고 있다.
브랜드에 대한 꿈
> Q. 앞으로 브랜드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싶으신가요?
> A. “궁극적으로는 제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는 본사와 함께 메뉴를 개발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승인되지 못할 때도 많아요. 다음 매장을 낸다면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메뉴와 재료 선택에서 자유롭게 운영하고 싶습니다.”
단골 손님과의 에피소드

그는 따뜻한 환대 역시 경영 철학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자주 혼자 오시는 단골 손님이 계십니다. 항상 따뜻하게 맞이하고, 연어나 타코야키를 서비스로 드리기도 하지요. 그분의 아드님이 방송국 PD인데, ‘유정근 같은 분이라면 내 아들을 맡겨도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창업 준비생들에게
> Q.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 A. “최소 2년은 매출, 비용, 월별 정산을 꼼꼼히 분석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위치가 전부입니다. 임대료가 비싼 데는 이유가 있어요. 외식업은 쉽지 않습니다. 직원은 자주 바뀌고, 사장은 직원들과 호흡하며 직접 뛰어야 합니다. 저도 인수 후 3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않았습니다. 안에서 부딪히며 배워야 진짜를 알 수 있습니다.”
직원과 팀워크
유 사장은 무엇보다 직원 성장을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 “최근 문을 연 서울대입구역점 점장은 원래 강남점에서 함께했던 직원입니다. 다른 직원들이 그 과정을 보며 ‘열심히 하면 기회가 돌아온다’는 걸 깨닫죠. 제 철학은 함께 나누는 겁니다. 지분이나 매장 운영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죠.”
오래가는 가게의 조건
> Q. 음식점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 A. “세 가지입니다.
1. 음식의 일관된 품질 — 손님이 꾸준히 찾아올 수 있게.
2. 직원 관리와 동기부여 — 직원을 단순히 직원이 아니라 가족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3. 공정한 보상 — 제가 브랜드를 만든다면 직원들의 급여를 크게 올리고, 숙소 문제도 해결해주고 싶습니다. 직원이 안정되고 행복해야 이직률이 낮아지고, 가게도 오래갑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유정근 사장은 정성껏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내어주었다. 그의 넉넉한 마음은 음식만이 아니라 경영 철학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이야기는 「전직에서 창업으로」 시리즈의 일환으로, 금융인의 길에서 외식업 창업자로 변신한 유정근 사장의 사례를 통해 진정성·원가 관리·사람 중심의 경영이라는 창업의 본질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작성자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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